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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 ‘문재인 효과’와 가계 부채의 폭등

선진국 경제에는 대통령 ‘취임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 효과는 대선 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 경제 정책이 부양책으로 바뀔 것이라는 들뜬 기대감에 증권시장과 경제성장 전망이 온통 장밋빛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과는 보통은 5, 6개월에 끝나지만 1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의 예로 ‘트럼프 효과’로 인해 미 증시의 3대 지수가 지난 대선 이후 평균 14%~18% 상승했다. 특히 증시 호황은 놀라울 정도이다. 지난 8월2일 다우 산업 평균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2,000p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지난 5월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거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는 3% 중반대의 경제성장과 소득 양극화의 완화라는 쌍끌이 경제 목표 달성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J nomics’)와 ‘경제민주화’ 정책을 동시에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발표 덕분에 지난 5월부터 한국의 증권시장에 ‘문재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증시에서 사용하는 코스피 지수(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 KOSPI)는 37년 전인 1980년 첫 개장일(1월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하여 상대적인 시가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1980년 100이던 코스피는 1989년 1000포인트를 기록했다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무려 28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12년 후인 2010년 2000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5, 6년간 박스권에서 머물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7년 5월 드디어 2200선을 넘어섰다. 지난 8월 초 2450포인트까지 올라왔던 코스피는 8일 2394로 장을 마감했다. 5월 이후 코스피의 이같이 높은 상승률에 공헌한 다양한 요인 중 문재인 정부의 경기 부양책 공약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가장 컸다고 본다. 지난주 국제칼럼에서 검토한 미국 증시 호황의 ‘트럼프 효과’와 쌍둥이인 셈이다. 문제는 실물 경제에서는 아직 ‘문재인 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다. 경제 정책의 효과는 보통 몇 개월, 또는 몇 년의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전임 정권(들)의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구조적으로 왜곡되고, 선진국 문턱에서 밀려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회복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본 한국 경제의 모습은 매우 초라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 폭등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 가계부채 규모는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GDP 성장 제약과 금융 불안의 요소가 될 것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6월)가 예상하는 가계부채의 우려되는 실상을 아래에 요약해 본다. 첫째,올해 말 한국 가계부채 총규모는 1500조원에 달하고, 가구당 빚은 7800만원, 1인당 빚은 2900만원이 될 것이라 한다. 둘째,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위험수위, 즉 임계치에 달한 선진국 6개국 중 하나이다. 가계부채 임계치란 너무 많은 돈을 빌렸다는 신호인데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하면, 선진국 가계부채의 임계치는 보통 75% 수준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2.8%로, 이 임계치를 훌쩍 넘어서 폭발 직전까지 와 있다는 뜻이다. 셋째, 가난한 ‘한계가구’ 즉 빚이 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이 가처분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 수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2012년에 전체 가구의 12.3%, 2015년에 14.8%, 2017년에는 16%에 근접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한계가구의 반(44.1%)이 대출 상환 기간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올해와 내년에는 미 연준(Fed)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므로 향후 한국 개인 빚의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 가난한 서민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폐업 위험도가 폭등할 우려가 있다. 다섯째, 서민 가계부채의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은 가계 소득 증가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이 최근에 도입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 등은 시의적절한 경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근원적인 분배 정책, 예를 들면 부자 증세, 서민 복지 지원 등을 강화하는 과감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소득 주도’ 경제 정책이 성공해야만 한국의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박영철/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2017-08-10

[서소문 포럼] 트럼프의 결의, 문재인의 결의

6일 새벽(한국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에 대한 질문은 한 가지다. 피니시 라인(finish line)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북한의 핵 질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에도 원유 봉쇄는 빠졌다. 북한이 핵 개발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제재 구멍(loophole)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뤄볼 때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비호 속에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호의를 악용하며 핵미사일 완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새 제재 결의안 2371호가 종전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다. 북한을 감싸고 돌던 중.러가 이나마라도 움직인 것은 미국의 결의와 무관치 않다. 그 한 장면은 미국 공화당의 거물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뇌종양 투병을 하던 병실에서 걸어 나온 것이다. 왼쪽 눈썹 위에 혈전 제거 수술 자국이 선명한 채로 그는 오바마케어 폐지 논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져 대안 없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당당하게 무산시켰다. 매케인이 이것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대북제재의 도깨비 방망이로 불리는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매케인의 집념이 더해져 표결은 찬성 98, 반대 2의 압도적 결과로 나타났다. 북핵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는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통해 소개됐다.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이른바 '전쟁 불사' 발언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가 "만일 전쟁이 있다면 그건 저쪽에서 있을 것이며 수천 명이 사망한다면 그건 저쪽에서 죽을 것이고 여기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의 전언에 등장하는 '저쪽'은 한반도이고 '여기'는 미국 본토다. 트럼프가 그레이엄에게 했다는 말은 철통 같은 동맹, 미국의 대통령에게서 나온 발언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하다. 아무리 한.미 동맹의 상징이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해도 역시 미국 대통령에겐 동맹보다 자기 나라, 자기 국민이 먼저였던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기도 하고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반도의 전쟁을 극단적으로 우려하는 중국을 제대로 자극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공식 라인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도 포함된다"는 발언에 대해선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중국을 제재 쪽으로 돌아서게 만든 또 한 가지는 압박일 것이다. 미국 상.하원이 통과시킨 대북제재법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언제든 가능해졌다. 여기에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초강력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통상법 301조' 발동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에겐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의 팔을 비틀게 만들 카드가 있는가. 그러나 역사상의 많은 위기 사례는 현실적 수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결의임을 말해준다. 병상에서 뛰쳐나와 대북제재에 표를 던진 매케인의 결의, 동맹국 국민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지언정 북의 핵미사일이 자기 나라 국민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결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 김정은의 핵 개발을 무산시킬 결의와 전략을 충분히 가다듬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물어보고 따졌기를 바란다. 그레이엄 의원이 전한 당신의 전쟁 불사 발언이 사실이냐고. 그게 당신의 진심이냐고. 한국 국민은 당신의 발언에 놀라움과 실망감을 금하지 못한다고.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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